1, 2기를 다 보고 나서 바로 3기를 보기 시작해서 자기 전에 조금씩 보는 식으로 시청했습니다. 3기 The ORIGINATION은 총 13화(+OVA 1화)로 이루어져 있으며 작품의 하이라이트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다. 다 보고 나서야 ARIA 1기와 2기는 모두 3기를 위한 도움닫기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약간은 지루할 수 있지만 잔잔한 감동을 조금씩 맛보며 아카리/아이카/아리스 세 명과 주변인물들에게 정을 붙여 나가면 분명히 3기에 와서는 가슴 벅찬 감동과 전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워낙 감명깊었다 보니 내용을 하나하나 다 짚게 되어서 좀 많이 글이 길어질 것 같네요.
ARIA The ORIGINATION 오프닝 - スピラーレ(Spirale)
ARIA The ORIGINATION 엔딩 - 金の波 千の波(금의 파도 천의 파도)
먼저 오프닝/엔딩부터 짚고 들어가겠습니다. 개인적으로 ARIA의 오프닝/엔딩곡은 1기가 가장 좋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노래들이 별로라는 뜻은 아니고 각각의 곡마다 나름의 매력이 있습니다. 3기 엔딩의 경우 지금까지의 노래들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여서 처음 들었을 땐 놀랐었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더 익숙해져서 이제는 잘 맞는 노래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ARIA의 1기, 2기를 리뷰하면서 언급했던 대로 ARIA는 주인공들이 프리마가 되기 위해 동료들과 연습하고 주변과 교감하며 성장해나가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1기, 2기에서는 일상 속에서의 작은 발견, 주변인과의 유대감 등을 주로 나타내 왔다면 이번 3기에서는 「프리마가 되기 위해 성장하는 것」을 확실한 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전까지는 아카리가 메인 주인공이고 아이카와 아리스는 약간 서브 주인공의 포지션 정도의 분량과 비중밖에 없었다면 이번에는 3명 모두 골고루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아키라가 아리시아와 아테나보다 뒤쳐져서 프리마가 되었을 때, 아직 어린 아이카가 우연히 세잎클로버에 장미꽃잎을 붙여 아키라에게 힘을 북돋워 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아키라의 토리나가 「크림슨 로즈」가 된 이유도 바로 이 일 덕분이라고 합니다. 나중에 아키라가 프리마로 승격하고 자신만의 토리나를 받는 순간 눈물을 쏟게 만드는 바닥공사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1, 2기까지만 보면서는 아이카와 아키라에게 아카리나 아리스만큼의 애정을 갖지는 않았는데 이젠 모든 캐릭터 하나하나가 다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원래 히메야 소속이었던 그랜마가 아리아 사장님을 만나 아리아 컴퍼니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나타낸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1, 2기에 비해 눈에 띄게 안정적이 된 작화가 보이네요. 거의 모든 에피소드가 만족감을 주고 점차 다가올 최종화가 어떻게 진행될지 기대하게 만들어 줍니다.
아카리와 아이카의 에피소드에 이어 아리스와 아테나 사이의 유대감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기억상실 에피소드도 있었네요. 도중에 아리시아가 아테나를 테스트해봤을 때 이미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지만 서럽게 우는 아리스를 보고 꽤 마음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이 장면에서 아리스가 부른 노래는 「Lumis Eterne」라는 곡입니다. 여기 외에도 삽입곡으로 여러 번 쓰인 걸로 기억하는데 여기에서는 아리스가 직접 부르는 것으로 등장합니다. 이후 페어였던 아리스가 단번에 싱글을 건너뛰고 프리마로 승격해버리는 것은 상당히 쇼크였습니다. (사실 아리스가 페어가 아니라 싱글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얻은 토리나는 「오렌지 프린세스」. 캐릭터와 잘 맞는지는 둘째치고 무척 귀여웠습니다.
볼 때마다 너무 좋았던 아이카와 알의 달달한 커플링 에피소드... 직접적으로 감정이 표현되는 아이카와 달리 아카츠키와 아카리는 영 애매한 사이다 보니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이 커플링을 좋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두 사람 모두 너무 케미가 잘 맞는거같아요.
눈물샘 자극 주의 경보... 「모든 것은 나의 사랑스러운 로젠 퀸의 이름 아래」
프리마 승격 시험의 마지막 장소로 장미 정원을 고른 것도 센스가 좋았고... 아이카의 토리나가 「로젠 퀸」이 된 것도 명백히 위에서 소개한 장미로 만든 네잎클로버 에피소드가 영향을 준 거겠죠. 아키라의 토리나 「크림슨 로즈」와 한 쌍이 되어 무척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대망의 마지막, 아카리의 프리마 승격 시험입니다. 중간에 삽입된 「横顔 (옆 얼굴)」이라는 노래가 무척 타이밍과 분위기를 잘 맞춰 흘러나와서 이 장면에서부터 벌써 눈물이 나기 시작합니다.
아카리 『제가 되고 싶은건, 그랜마같은, 아리시아 씨 같은, 아리아 컴퍼니 그 자체와도 같은 프리마예요』
아리시아 『아카리, 네가 아쿠아에 오고 나서부터 내 세계는 바뀌어 버렸어. 평범했던 일상이, 세계의 모습이 반짝반짝 아름답게 빛나게 되었어. 그래,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이 아쿠아를 상냥하게 감싸 안아 주는 어디까지고 이어지는 하늘이나 바다와도 같이. 아카리와 만나서 정말 다행이야. 고마워, 나의 아쿠아마린』
아이카가 나타나서 들어도 「부끄러운 대사 금지!」라고 할 수 없을만큼 아름다운 대화였습니다.
지구에서 화성까지 운디네가 되기 위해 찾아와 계속해서 마음속에 간직했던 꿈을 이루는 모습이 너무 감동스럽습니다. 이 장면 내내 눈물이 흘러나오는걸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걸로 해피 엔드인가 싶었는데...
처음 봤을땐 저도 거의 아카츠키 급으로 패닉이었습니다. 겨우 아카리가 프리마가 되었는데 갑작스럽게 아리시아가 은퇴라니... 에피소드 중반까지는 아카리가 열심히 밝은 모습을 유지하고 배워나가려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게 억지로 어떻게든 참는 것 같아서 더욱 슬프게 느껴졌습니다.
아카리가 서류 정리를 하다가 아리시아의 빈자리를 느끼게 되는 이 순간부터가 진짜였습니다.
더 말이 필요 없을 만큼 슬프고 감동적인 부분이었습니다. 아리시아도 아카리와 더 오래 있고 싶어서 오히려 프리마 승격 시험을 스스로 미뤄 왔다고 고백합니다. 이 두 사람이 있는 아리아 컴퍼니를 더 볼수 있으면 좋겠는데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가슴이 터질 것 같았습니다.
아리시아가 은퇴하며 마지막으로 곤돌라를 아카리에게 넘겨주는 장면입니다. 지금까지 몇 번을 잔뜩 울려놓고 여기서 한번 더 울려버립니다... 이후 아리아 사장님과 단둘이 된 아카리가 아리아 컴퍼니의 셔터를 여는 장면이 나오는데 치사하게 여기서 1기 OP인 「운디네」를 틀어버려서 더 그리운 느낌을 증폭시킵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시간이 흘러 아카리의 헤어스타일도 바뀌고, 아이가 아리아 컴퍼니에 새로운 운디네로서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끝이 납니다. 아이가 올 것은 예상하고 있었는데 바뀐 아카리의 헤어스타일은 조금 적응이 안되네요. 귀여운 느낌이 살짝 빠지고 아리시아처럼 더 우아하고 아름다운 느낌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아이는 여전히 귀여웠습니다. 아카리가 아리시아와 만났을 때도 이런 분위기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제목인 「ARIA The ORIGINATION(시작, 기원)」이 잘 어울립니다.
다 보고 나니까 가슴 한켠이 아리면서도 만족스럽기도 하고, 다시 보고 싶기도 하고, 아쉽기도 합니다. 복합적으로 많은 감정들이 느껴지는데 확실한 것은 개인적으로 정말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는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1, 2기에서 쌓아둔 감동을 3기에서 전부 터뜨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15주년 기념으로 극장판이 나왔다고 들었는데 그것도 얼른 보러가야겠습니다.
한줄평
1기와 2기는 눈물과 감동을 위한 빌드업이었다, 성장의 결실을 보여주는 ARIA 시리즈의 대단원.
'Anime >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뷰] 덤벨 몇 킬로까지 들 수 있어? (ダンベル何キロ持てる?) (0) | 2020.09.14 |
---|---|
[리뷰] 울려라! 유포니엄 1기 (響け! ユーフォニアム) (0) | 2020.08.20 |
[리뷰] 마법과고교의 열등생 (魔法科高校の劣等生) (0) | 2020.08.12 |
[리뷰] 카구야님은 고백받고 싶어 ~천재들의 연애 두뇌전~ (かぐや様は告らせたい 〜天才たちの恋愛頭脳戦〜) (0) | 2020.08.07 |
[리뷰] 유루캠Δ (ゆるキャン△) (0) | 2020.08.03 |